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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베트남 문학교류의 과거와 현재, 김기태

글 : 김 기 태 명예교수
다음 글은 한.베트남 수교15주년을 맞아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지난 12월2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어교육학회와 학술지 “언어와 생활”(Ngon Ngu va Doi Song)공동 주최로 “한국과 베트남 문학교류의 과거와 현재”란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에서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김기태 명예교수가 발표한 “한국인들의 베트남 문학연구”내용을 간추린 내용이다.
이런 학문적 자료를 본지에 게재하는 이유는 국가간의 교류란 기분적으로 문화를 바탕으로 경제적 적치적 교류를 이루는 것이니 이 자료를 통해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교류의 역사를 짚어본다면 앞으로 양국간의 발전적 문화교류에 훌륭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함이다.


리나라에 베트남 문학 작품이 소개되거나 연구된 시대순으로 고찰해보고자 한다.

한국과 베트남은 일찍이 한자를 받아들인 중국의 변방국가로서 중국의 당, 송나라 때부터 중국을 무대로 일찍부터 문학작품의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10세기경 한국의 삼국시대에 교지(交趾, 베트남의 옛 이름)국과 문학작품의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으나 이를 증명할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

사료에의하면 최초로 한국과 베트남 문인의 교유(交遊)는 고려(918-1392)때이다. 공민왕(1352-1372)때 중국 원(元) 나라 사신으로 갔던 이상인이 베트남 사신을 만나 베트남의 사정을 기록한 도은문집(道隱文集)에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씨왕조(1393-1910)에 들어와서 조선의 많은 문인들이 북경에 사신으로 방문하여 베트남 사신들과 교유(交遊)한 시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조선 사신 이수광(李수光, 1563-1628))이 있고 베트남 사신 풍칵코안(Phung Khac Khoan)의 송수시(訟壽詩), 그리고 홍개희(洪개喜)와 베트남 유명 시인 레꾸이돈(Le Quy Don)간에 주고 받은 한시가 레꾸이돈의 박서통룩(北使通錄, Bac Su Thong Luc)에 전한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 속의 베트남 사신들의 글이 우리말로 번역 출판된 것은 없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베트남 독립운동가인 판보이쭈어(Phan Boi Chau,潘佩誅,1887-1940)가 일본에서 한자로 쓰고 중국 문인 양계초(梁啓超)가 찬(撰)한 안남망국사(安南亡國史,An Nam Vong Quoc Su)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소개된 베트남의 역사 산문집이었다. 당시 나라를 잃은 우리나라 선비들이 자신의 운명을 베트남과 비교해서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한학자들에 의해 우리말로 번역 출판되었다.

이밖에도 19 세기 초 베트남 최대 문호인 응엔주(Nguyen Du,1765-1820)가 우리나라 신라 이두 문자와 비슷한 쯔놈(chu Nom)으로 쓴 6.8조의 3254구(句)의 서사시 낌번끼우전(Kim Van Kieu,金雲翹傳) 한문판을 우리말로 번역 출판되었다고 하나 필자는 이 책을 구할 수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1945년 한국과 베트남은 연합군의 승리로 독립을 되찾았지만 곧 이어 베트남은 1946년부터 그리고 한국은 1950년부터 국토가 전화로 휩싸이게 되었다. 한국은 1953년 그리고 베트남은 54년 전쟁이 끝났지만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남북이 분단되어 한국은 이념이 같은 남 베트남과 1955년 수교를 하게 되었다. 분단이 고착된 이후 북한과 북 베트남 두 나라간의 문화교류나 북한에서의 베트남 문학연구는 알 길이 없다.

 베트남 전쟁(1963-1973)이 본격화하자 한국 정부는 대규모로 전투병을 남 베트남에 파견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과 베트남 국민들은 여러 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한국에는 1967년 한국외국어대학에 베트남어 과가 설치됨으로 서 베트남 문학 강의의 필요에 의해 단편적으로 나마 한국에 베트남 문학이 소개되었다.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1964년부터 1973년까지의 약 10년 동안 한국 문인들이 베트남을 방문하여 베트남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이나 시들이 한국 문단에 알려졌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 장교였던 윤석주는 1940년대 유명작품이었던 카이흥( Khai Hung)이 쓴 느어쯩쑤언(Nua Chung Xuan)을 반청춘(半靑春)이란 이름으로 1969년 번역 출판되었지 만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역시 참전 사병이었던 박진(朴桭)이 프랑스어 판을 참고하여 위에서 언급한 낌번끼우전(Kim Van Kieu Truyen)을 “낌번끼우, 월남의 춘향전”이란 이름으로 번역하여 여성동아 부록으로 1972년에 출판하였다.

베트남 문학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한 것은 1980년대로 한국문학사를 전공한 서울대의 조동일(趙東一)에 의해서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베트남 문학자들의 도움으로 베트남 문학을 연구하여 “동아시아 비교문학”을 출판하여 우리나라에 최초로 베트남 문학을 체계적으로 소개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베트남의 최고 시인인 응엔짜이(Nguyen Trai, 1380-1422)의 한시 억제시집(抑薺詩集)과 쯔놈(Chu Nom)으로 쓴 국음시집등을 한학자인 주문모의 도움으로 우리말로 번역 출판하였다.
1980년대부터 한국인들의 베트남 문학연구는 국내에서 강의나 연구업적 그리고 베트남 현지에서는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행하여졌다.

 국내에서는 한국외대 김기태는 1984년 베트남 민화를 번역 창비사에서 출판하였다. 1986년 한국외대 전혜경은 아동문학 작가인 또호아이(To Hoai)가 쓴 제멘표류기(De Men phieu luu Ky)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웅진출판사에서 출판하였다. 또한 그는 “한국과 베트남의 동물 비교”로 석사학위, 그 후 숭실대에서 베트남의 응엔저(Nguyen Du)가 쓴 한문소설 전기만록(Truyen Ky Man Luc)과 우리나라 김시습의 금오신화 그리고 중국의 전등신화를 비교한 논문을 제출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의 박희병은 베트남의 한문소설 한자로 된 전기만록을 우리말로 번역 출판했다. 또한 그는 부꾸인(Vu Quynh, 1452-1516)이 쓴 한문작품을 “베트남의 기이한 이야기”란 제목으로 번역 출판했다. 1984년 한국외대의 김기태는 베트남민화를 창비사에서 출판하였다. 1990년 최광박은 역시 성균관대에서 한국, 베트남과 중국의 전기소설을 비교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의 조동일 교수의 제자인 부산대의 최귀목은 국내에서 베트남 문학에 관해 많은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2004년에는 낌번끼우쭈엔(Kam Van Kieu Truyen)을 취교전(翠翹傳)이란 이름으로 번역 출판하였다. 이 외에도 국내 한문학자들이 베트남에 관련된 논문들을 발표하였다.

1980년대 말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게 되자 한국외국어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목적으로 베트남 현지에 진출했다. 현재 부산외대 베트남어과 배양수는 한국기업에 취업하면서 한국의 춘향전과 베트남의 낌번끼우전을 비교연구하여 하노이 사범대에서 1994년 석학학위, 2001년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최근에 베트남 현대문학에 관심을 갖고 그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선아는 주 베트남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하노이 사회인문대(DH KHXH&NV)에 등록하여 베트남 두 고전작품에 나타난 여성상을 비교 연구하여 1995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 홍성에 소재한 청운대에 있는 박연관은 1990년대 말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하노
이 사회인문대 석사과정에 등록하여 베트남 민간설화를 연구하여 석,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하노이 사범대에 유학했던 강하나는 한국 문인 현진건과 베트남 3 작가를 비교연구하여 2000년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외대 출신으로 베트남에서 어학으로 호찌민 사회인문대에서 언어학으로 석, 박사학위를 취득한 조선대의 안경환은 호찌민의 옥중시를 번역하여 2003년 조명문화사에서 출판하였고 최근에는 낌번끼우쭈엔(Truyen Thuy Kieu)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문화저널에서 출판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부산대의 최귀목, 한국외대 전혜경, 부산외대의 배양수 그리고 청운대의 박연관 등은 계속해서 국내에서 베트남 문학에 관한 발표하고 있다. 특히 전혜경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베트남 현지에서 베트남어로 출판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국내에서의 베트남문학연구는 주로 베트남어과가 설치된 대학을 중심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 층이 매우 엷다. 앞으로 많은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베트남 문학연구가 절실하고 이를 위한 재정적인 지원이 아쉽다.